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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있는 영화 이야기

5. 한번쯤 누구나 꿈꾸는 이야기 <1998,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by 태정태세종부세 2024. 3. 26.

1998년 영화&#44;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44; 임창정&#44; 고소영&#44; 차승원
임창정, 고소영, 차승원 주연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당시 로맨스 영화의 정석 같은 관계도들이 있었다. 주인과 하녀, 사장과 부하직원, 부자와 가난한 자 등등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든 관계들에 관한 판타지를 영화로 재밌게 풀어내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통하는 방식이다. 이 영화도 그러한 방식을 택하였고 결말도 예상이 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결말에 다가가기까지 쌓아 올리는 인물들의 감정과 스토리가 OST를 따라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1. 절로 응원하게 되는 순한 맛의 이야기

 

사고를 가장한 만남은 영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장치이다. 배우를 꿈꾸는 현주(고소영)는 무면허로 운전을 하다가 가로수를 들이 받고 교통의경이었던 범수(임창정)는 과태료딱지를 떼는 대신 학교 운동장으로 가 코스를 그리며 운전연습을 도와주며 서로 친해지게 된다. 가까워진 둘은 서로의 꿈을 응원한다. 범수는 야구선수 대신 야구심판이 되려 하고 현주는 배우를 꿈꾼다. 47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범수는 현주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고 어렵게 고백한 범수에게 현주는 유학을 간다며 그렇게 둘의 인연은 멀어진다.

 

시간이 흘러 범수는 야구심판의 꿈을 이루었고 현주는 신인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며 인기를 끌고있었다. 라면회사 사장인 지민(차승원)은 그런 현주에게 지속적인 구애를 하고 있었다. TV속에 등장하는 현주의 모습을 보며 범수는 변하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야구심판과 인기 배우와의 차이만 실감할 뿐이었다. 

 

이들이 다시 만나게 된건 프로야구 개막식 시구에서 현주가 등장하고 1루심에서 심판을 보던 범수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게 된다. 시구를 마치고 관객석에서 짧게 관람하고 돌아가는 현주를 바라보며 애가 타는 범수는 가장 큰 목소리로 심판콜을 외치지만 듣지 못한 채 쓰러진다. 우연히 야구 중계에서 심판이 된 범수를 보며 현주도 다시 범수에 대한 마음이 살아난다. 몰래 야구장으로 가기도 하며 이들은 결국 다시 재회하고 범수에게 꿈만 같은 시간들이 펼쳐진다. 

 

야구 심판들의 회식자리에서 현주와 함께 나타난 범수, 최고참 심판은 한국 시리즈 1차전에서 현주가 시구를 해준다면 범수에게 주심 자리를 주겠노라 하였고 현주는 승낙한다. 지민의 부하직원의 계략으로 인해 현주는 범수에게 이별편지를 받게되고 외국으로 촬영을 나가있는 사이 신문에는 지민과 현주의 결혼설이 실린다.

 

외국에서 돌아온 현주가 이를 확인하고 기자회견을 열자는 지민의 설득에 기자회견장으로 가는 도중 범수가 준 이별편지의 글씨체와 기자회견 질문지의 글씨체가 동일한 것을 확인 하였다. 현주는 야구장으로 향하였고 지민은 기자를 동원해 쫓아간다. 

 

현주가 시구를 위해 나타나자 주심자리에서 시구를 도와주는 범수 결혼설이 실린 기사를 보고 절망한 상태였다. 시구를 한채 돌아서는 현주를 향해 범수가 플레이볼 대신 현주의 이름을 외치자 돌아온 현주와 키스하며 영화는 끝이난다.

 

2. 영화만 따라가도 기분이 좋아진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영화는 매우 쉽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순정만화 같은 영화다. 악역도 없고 인물들 사이에 큰 갈등도 없다.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감정을 틔워내고 서로의 꿈을 위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마음도 확인한다. 새로운 인물로 인해 흔들리기도 하다가 결국은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는 이야기이다. 

 

위에 서술했듯이 계층 간의 사랑이나 신분간의 사랑이 주요 소재이기 때문에 누구나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의 재미는 인물들이 너무 선하다. 선하다 못해 밋밋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딱 한 명 지민의 부하직원만 계략을 쓰는 캐릭터인데 요즘 나오는 영화에 비해서 이 정도는 순한 맛에 속한다. 주인공과 모든 주변인물들이 따뜻하고 선하게 그려져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탈을 쓰고 웃기려고 억지로 장치를 마련하지도 않았거니와, 멜로나 로맨스를 그리기 위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설정도 없다. 그냥 서로를 생각하며 서로에게 솔직한 이야기들 뿐이다 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보다가 흐뭇하게 감상을 남길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

 

그나마 긴장감을 주는 장치는 OST로 나오는 클리프 리처드의 ' Early in the mornig'이 흐를 때이다. 극 중 명장면이 나올 때는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전주부터 시작해서 가슴을 뛰게 만든다. 

 

자신에게 마음을 고백한 범수를 향해 현주는 유학을 간다며 친구로 남자고 하고 범수는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다고 하며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교통의경 범수는 사거리에서 수신호를 주며 차량을 통제하는데 바로 앞에 공항을 가기 위해 아버지와 차에서 신호대기를 하는 현주를 바라본다. 원망과 애절함의 눈빛으로 현주를 바라보고 범수는 가지 말라고 하듯이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는다. 다른 차들의 성화에 범수는 현주에게 나아가란 듯이 수신호를 보내고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뒤돌아 선다. 현주를 태운 차가 범수 곁을 지나가고 범수는 잠시 망설이다 현주의 차를 뒤쫓아 달려간다. 이때 OST가 흐르고 범수의 애절한 모습처럼 전주가 맞춰 흐른다. 이 영화의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3.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생기길 바라며 품은 작은 소망

최고의 인기배우와 기업회장이 아닌 야구심판과의 사랑을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처럼 일어날수 없지만 바라는 마음으로 그려본 영화이다. 영화 속에 엄청난 메시지나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를 남긴 것은 아니지만 매운 음식을 먹은 뒤 우유나 아이스크림을 찾는 것처럼 자극적인 것에만 노출되어 있을 때 한번 봐두면 좋은 영화다. 

 

24년에 본다면 임창정, 고소영, 차승원의 젊고 풋풋한 모습을 볼 수가 있어 과거의 모습을 아는 팬들이라면 충분히 반가울 수 있다.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임창정의 재능은 정말 귀하다. 연기가 자연스럽고 친근하다. 그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실제로 어디선가 벌어진 일인 것 같다고 느껴진다. 서민을 표현하는 배우라고 느껴진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본 것으로만 4번째이다. 필력이 부족하여 영화의 재미를 다 담지는 못했지만 1번이라도 보게 되면 이해가 될 거라 생각하며 이만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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