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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있는 영화 이야기

3.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문을 열다. < 2000, 공동경비구역 JSA >

by 태정태세종부세 2024. 3. 18.

공동경비구역JSA 영화 포스터&#44; 이병헌&#44; 송강호&#44; 신하균&#44; 김태우&#44; 박찬욱
이제는 전 세계적인 거장이 된 박찬욱의 첫 출세작이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한, 북한, 그리고 중립국의 눈으로 영화를 보여주며 남북한 대립을 작은 규모의 비극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설 <dmz>가 원작이지만 영화에 맞추어 각색하였으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하여 '김훈 중위 사건'과 맞추려 하지만 영화와는 다른 이야기이다.

 

1. 공동경비구역 JSA, 같이 있기에 서로를 더 잘 아는 이야기

영화는 총 5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한국군 이수혁(이병헌), 남성식(김태우), 북한군 오경필(송강호), 정우진(신하균), 그리고 소피(이영애)가 등장하며 중립국관리위원회 소속 한국계 스위스인 소피의 주도하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초소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을 수사하며 진행한다. 영화는 부상당한 이수혁과, 오경필의 침묵 속에 소피는 심문과 현장수사를 통해 진실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기 시작한다. 계속 진행되는 수사에 부담을 느낀 남성식은 창문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하고 2명의 생존자 이수혁과 오경필의 엇갈리는 진술 속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한 소피는 결국 모든 진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수혁또한 죄책감에 생을 마감한다. 

 

같은 언어, 비슷한 생김새, 많이 다르지 않은 생활습관들 비록 서로 서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어렵지 않게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경험이 많고 우직한 성격의 오경필을 잘 따르고 좋아하게 되는 이수혁, 막내 동생같이 장난도 잘 치고 귀여운 정우진 그리고 정우진과 동갑이라 쉽게 친구가 된 남성식 4명이 보여주는 모습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 동생 사이다. 닭싸움도 하고 먹을 것도 나눠먹으며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정치적인 입장이 다르고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때가 다가오자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북한군 초소로 가던 날 갑자기 들이닥친 북한군 상위에 의해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영화를 보지 않았고 줄거리를 알고 싶다면 나무위키를 참고하길 바란다.(나무위키를 보아도 영화를 직접 보지 않으면 전체적인 내용이 한 번에 그려지지 않는다.)  영화 개봉당시 스토리가 탄탄하고 연출이 탁월해 요즘처럼 N회차 관람도 많이 하였다.

 

남북한의 대립이란 요소는 과거엔 반공교육 및 육군홍보용 소재로 많이 쓰였다가 시간이 지나며 조금 유해진 분위기에서 사용가능한 소재가 되었다. 이를 나라 대 나라의 대립보단 사람과 사람사이의 우정과 비극으로 그려내어 한국인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 내었다. 

 

2. 장인이 공을 들여 끓여 낸 깔끔한 음식 같은 영화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꽤 깔끔하다. 영화의 군더더기가 없고, 필요 없는 장면이 하나도 없을 만큼 그의 영화는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장인이 만든 구수한 설렁탕 같은 느낌이다. 10년, 20년이 지나도 다시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매끄러운 영화를 잘 만든다. 대중에게 그 시작을 알린 작품이 바로 공동경비구역 JSA이다. 

 

데뷔작을 포함한 이전의 영화들이 난해하고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박찬욱감독은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 이름값으로 본인이 찍고 싶어 하던 영화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후 영화들은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하지만 적어도 공동경비구역 JSA만큼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만들어 냈다. 시간을 끄는 장면 따윈 없고,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의 커다란 의미를 숨겨 두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몰입할 수 있다. 인물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주기 때문에 영화의 캐릭터들이 살아난다. 

 

감독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이병헌, 송강호, 신하균, 김태우, 이영애 어느 누구도 빠지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주었기에 이 영화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쉬리의 성공으로 한석규의 인지도 매우 오르게 되고 이 뒤에 가려진 송강호가 한석규 없이도 극을 끌어나갈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3. 깔끔한 뒷맛, 씁쓸함 따윈 없다.

 

영화는 사건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액션영화도 아니다. 철저히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한다. 말이 통해 이야기 좀 나누고 만나서 놀기도 했을 뿐인데 법을 어긴 사람이 되어야 했고 감정이 격해져 서로에게 총을 쏘았어야 했다. 이 영화가 반전의 메시지를 가득 담았다면 그냥 연기 잘하는 사람들이 나온 영화 정도로 생각되었겠지만 영화는 사실만 비추며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이렇게 마무리되었다는 것만 보여준다.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면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가 되었을 것 같지만 판문점에 방문한 관광객이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가로막는 수혁의 손 그걸 지켜보는 성식과 경필 그리고 뒤에서 걷고 있는 성식의 모습으로 마무리되었을 때 "정말 영화 재밌게 잘 봤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지금의 박찬욱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의 깔끔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한번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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