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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있는 영화 이야기

11. 규모는 작지만 알찬 한국영화의 세계진출<리메이크 된 한국영화들>1부

by 태정태세종부세 2024. 5. 1.

내머릿속에 지우개&amp;#44; 손예진&amp;#44; 정우성

 

필자는 할리우드만큼 거대규모의 자본이 들어간 영화나 화려한 CG로 무장한 영화들을 마구 만들어 낼 순 없지만 한국영화는 한국영화만의 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탄탄한 스토리와 서사,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까지 한국영화는 세계에서 적은 자본으로 충분히 성공하고 있다. 오늘은 해외에서 호평받고 사랑받은 한국영화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1.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2004, 내 머리속의 지우개>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내 머리속에 지우개는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 멜로 영화이다. 나이를 먹어도 잘생긴 순위에 꼭 드는 정우성과, 당대 청순함의 대표주자 손예진을 캐스팅해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끌었으며 명대사와 명장면들의 향연이라 멜로영화로서 265만 관객을 끌어들여 큰 호평을 받았다. 

 

수진(손예진) 건망증이 심한편이다. 물건을 두고 오거나 자주 잃어버리곤 한다. 편의점에서 오해로 인해 첫 만남을 갖게 된 철수(정우성)와 연애를 하게 되고 사랑을 쌓아간다. 유부남을 사랑했다는 충격과 회사생활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수진의 건망증은 점점 심해지고 이내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고 철수는 그런 수진과 결혼까지 하며 자신을 점점 잊어가는 수진을 끝까지 사랑한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당시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과 OST 그리고 영상미를 통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일본 후지TV에서 단막극으로 방영된 <pure soul : 나를 잊어도>가 원작이다. 싸이더스의 차승재대표가 이재한감독에게 원작의 테이프를 넘겨주고 이재한감독이 장고 끝에 초고를 작성 김영하소설가에게 도움을 받아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멜로영화에 대한 부담감이 컸지만 김영하작가의 도움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원작을 사 온 이 작품은 다시 일본에서 개봉하여 30억 엔이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리고 소위 대박을 쳤다. 지금도 그때도 완성형인 두 배우의 열연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보고 싶다면 꼭 보길 바란다.

 

2. 가족영화의 정석 <2008, 과속 스캔들>

박보영, 차태현, 왕석현 주연의 과속스캔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 12월 8일 개봉했다. 연말에 따뜻한 가족영화라며 홍보가 되었고 영화는 대박을치며 흥행에 성공했다. 무명이었던 박보영은 이 영화로 당당히 얼굴도장을 찍었고 <엽기적인 그녀> 이후로 흥행에 지지부진했던 차태현은 다시 한번 일어서게 되었다. 아역인 왕석현은 너무 어려 당시의 기억이 없다고 한다. 

 

한때는 인기가수였으나 현재는 관심이 식은 라디오DJ(남현수)는 오랫동안 꾸준히 자신의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온 청취자황정남(박보영)이 자신의 친부를 찾아가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힘을 내라며 응원한다. 그리고 남현수를 찾아온 황정남과 그의 어린 아들 황기동(왕석현)을 보고 기겁한다.

 

남현수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황제인(박보영), 그리고 손자라고 주장하는 황기동과 함께 39살에 할아버지가 된 남현수는 기억을 더듬어 과거 황보경이란 여자를 통해 낳은 친딸임을 확인하고 연예계와 라디오dj에서 퇴출될까 두려워 같이 살게 되지만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필사의 노력을 다한다.

 

남현수에게서 우연히 이상함을 느낀 연예부기자의 집착에 가까운 취재와 미혼모의 신분이지만 꿈을 갖고 살려는 황제인 그리고 이일들이 밖으로 세어나갈까 두려워 계속되는 사건사고에 뛰어드는 남현수 그 와중에 황기동의 친아버지까지 등장하며 영화는 코미디와 감동을 넘나 든다.

 

영화 <과속 스캔들>은 그동안 비친 가족에 관한 이야기 보단,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가족이 모여서 사는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 보게 한다. 비록 전통적인 가족처럼 시간을 함께 보내는 모습은 없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고 퍼즐처럼 조금씩 맞춰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손자 황기동을 포함한 3대가 각자의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그려나가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물론 신파로 빠질뻔하지만 아주 특수한 상황에 놓인 캐릭터를 통해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을 코믹위주로 구성하여 영화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들어 냈다. 

 

영화는 러시아, 대만, 베트남에서 리메이크되었으며 소재가 소재인 만큼 호불호 없이 성공적으로 개봉되었다. 러시아 에선 <더블 트러블>, 대만에선 <외할아버지는 38살>, 베트남에선 <할아버지는 30살>로 제목이 바뀌어 개봉되었는데 보편적인 주제인 가족 간의 갈등과 사랑, 화해라는 주제이기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단 코미디 요소는 나라별 고유 특성이기에 알맞게 각색되었다고 한다. 

 

지난 영화이지만 여전히 통하는 따뜻한 하고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과속 스캔들>을 추천한다.

 

3.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빛나는 그때 그 시절, 그때의 우리들 <2011, 써니>

자신의 가장 화려하고 빛났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일이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상관없이 현실의 삶이 팍팍하고 지루하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추억하나쯤은 간직한 채 오늘을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힘을 주기 위해 그러한 시간들을 가지곤 한다. 영화 <써니>도 당시 복고열풍을 선도하는 영화이자 80년대를 배경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추억과 우정을 코믹하고 감동적이게 그려 큰 흥행을 하였다. 

 

평범한 가정에 가정주부로 살아가는 이야기의 주인공 나미(성인역 : 유호정, 아역 : 심은경)는 우연한 기회로 아주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반가움에 수다를 떨며 과거 회상에 젖는다. 나미는 마음먹고 그 당시 함께 어울렸던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을 찾기 위해 흥신소를 찾고 한 명, 두 명씩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전라도 벌교에서 서울로 올라와 함께 어울리며 만난 친구들과 함께 "써니"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고 영원히 함께 우정을 나누기로 한다. 작은 사건, 사고들을 거치며 서로에 대한 오해와 우정을 돈독히 다지고 학교축제 때 올릴 공연을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하지만 뜻밖의 사고를 통해 뿔뿔이 흩어지고 어른이 되어 꼭 다시 만나기로 한다.

 

영화는 우정을 통해 자기 자신과 삶의 가치를 찾아 나서는 주인공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넘어 누구에게나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이 존재했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메세지를 만드는 데에는 공감 가는 캐릭터, 추억을 소환하는 분위기 등 관객의 사랑을 받을 만한 요소들을 배치하여 영화를 볼거리가 많게 풍성하고 빈틈없이 만들어 준다. 

 

강형철 감독의 2번째 작품인 써니는 어느 나라의 문화이든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우정'에 관한 영화이기에 많은 나라에서 리메이크되었다. 홍콩, 일본,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등에서 리메이크되었고 홍콩에서는 3부작 드라마화되었다. 특히 베트남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했으며 과거의 시대를 그리는 작품인 만큼 설정은 조금 수정되었다고 한다. 

 

1부 마치며

한국 영화의 힘은 사람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을 잘 자극하여 화려한 CG나 기술 없이도 영화의 진정한 재미를 주게 하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한다. 한류를 떠나 한국영화 자체의 힘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느끼길 바라며 1부는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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